눈아프지만 감상했어요/영화와 드라마, 가끔은 애니메이션

저는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이 좋아요..

그윈블레드 2021. 3. 2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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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ard Cohen - Hallelujah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은 저의 'comfort movie'..... 이걸 우리나라말로 뭐라고 할까요.

어번 딕셔너리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comfort movie

Like comfort food, a comfort movie is a movie that one watches to feel less shit and a movie that evokes many positive/lovely feelings in that one person.

"Everytime I feel downI like to watch my comfort movie which is any one of the Harry Potter movies and eat my favourite comfort food, chocolate.""

by ntshtfy December 18, 2011

 

'감상하는 사람이 덜 X 같은 기분을 느끼며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감정을 받게 하는 영화'를 컴포트 무비라고 한다. 

자매품으로 컴포트 푸드.

 

애착영화..라고 부르면 될까요?  SF 소설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에서 말하는 '행복한 물건' 이 생각납니다.

그렇다면 저는 행복한 물건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저에게는 행복한 물건이 되는 컴포트 무비가 몇 편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에 두 작품이 추가되었습니다. 

하나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텔레비전판/극장판, 다른 하나는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 컷... 저는 이 4시간짜리 영화를 이미 3번 보고 말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저는 이 영화가 너무 좋았어요.

“I don’t care about how many demons he’s fought, and how many Hells. He’s never fought us... not us United.”

배트맨의 이 담백한 이 대사가 저는 너무너무 맘에 들었어요. 배트맨에게서 진실함 가득한 리더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감독이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안도감, 잭 스나이더 감독이 배우 한 명 한 명을 정말 잘 캐스팅했구나 하는 감탄, 3부작을 구상했으나 이제는 한편으로만 남은 미완성 3부작에 대한 안타까움, 그럼에도 나머지 2부와 3부가 나오면 좋겠다는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소망.. 등등.. 이런 것들과 더불어, 영웅들 각자가 자신을 성찰하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는 모습들도 좋았어요.  

어쩌면, 주인공 6명으로 나온 배우들에게도 이 스나이더컷이 치유의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리고 여기에 저의 개인적인 이유도 포함됩니다.

저는 어머니가 10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제가 어렸을 때 이해하지 못하고 섭섭해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제 자신을 향한 분노를 접고, 어머니가 존재하셨던 시간과 공간 그 자체를 온전히 기억할 수 있기까지 10년이 걸렸어요. 정확히 10년째 되는 해에 보게 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은....전혀 예상하지 못한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선물을 받은 것 같았어요.  사랑하는 딸을 잃은 감독의 상실과 치유의 과정에 제 일은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만, 스나이더 감독이 자신의 개인적인 아픔을 영웅 이야기에 녹여내고 전달하는 방식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공감할 수 있었어요.  저는 영화를 보며 참 많이 울었습니다. 히어로 영화를 보며 이렇게 많이 운 적이 없었어요.  마음이 홀가분해지기도 했어요. 섬세하게 잘 짜인 것은 아니지만, 영화에서 6명의 주인공들과 그들 주변 인물들이 하는 대사 하나하나가 참 사소하게 마음을 많이 파고들었어요.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였어요.나의 또다른 행복한 물건. 오래 기억하게 될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