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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프지만 감상했어요/넷플릭스 위쳐

위쳐: 늑대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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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악몽은 게롤트의 아버지 같은 존재이자 스승인 베스미어의 젊은 시절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위쳐 제작팀이 덕력과 팬심을 잔뜩 담아 상상해서 만든 오리지널 스토리이지요.  의외성의 법칙 혹은 부모의 유기에 의해 위쳐 세계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주어진 운명에서 벗어나 스스로 위쳐의 길을 선택한 소년 베스미어의 이야기이며, 순정쾌남 위쳐 베스미어의 이야기입니다. 베스미어가 얼마나 순정쾌남이냐면요, 

 

 

한겨울에 꽝꽝 얼어붙은 저 넓은 호수를 그녀를 위해 이그니 크게 사용해서 얼음을 전부 부수고 녹여버렸어요.  대단하죠.

왜 제목이 늑대의 악몽인지 궁금했는데, 두 가지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위쳐 베스미어의 악몽이었습니다. 가볍게 표식을 팡팡 날리며 춤추듯 칼을 휘두르면서 괴물을 쓸어 담는 여유 만만하고 자신만만한 베스미어가 마음 깊이 간직한 가장 두려워하는 것, 가장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의 정체는.. 애니메이션 막판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다른 하나는, 늑대 교단으로 대표되는 모든 위쳐들의 악몽이었습니다. 이것도 애니메이션에서 확인할수 있는데요, 위쳐 데글란의 무심히 지나가는듯한 대사속에서,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말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시나리오를 담당한 보 드마요가 애니메이션 공개 전 인터뷰에서 자신도 위쳐 과몰입덕후라는 것을 밝힌 적 있었는데요, 저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건성으로 넘겼는데, 진짜 진심으로 과몰입덕후 맞았습니다. 첫 장면부터 위쳐 단편 소설의 도입부처럼 구성한 것도 그렇고, 게임 팬들이 금방 떠올릴만한 소소한 장면들, 위쳐 마지막 소설 폭풍의 계절의 내용을 떠올리는 장면들... 작가가 소설 원작과 게임을 얼마나 사랑하고 열심히 즐겼는지 곳곳에서 드러났어요. 보는 내내 너무너무 재밌었고 짜릿했으며, 위쳐 세계를 잘 이해한 이야기도 참 맘에 들었습니다.  위쳐 게임과 소설에서 자주 목격했던 위쳐를 비방하는 글을 베스미어의 목소리로 직접 들으니 기분이 참 묘했어요. 한계 없이 표현 가능한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충분히 살린 장면들도 몹시 멋있었어요.  케어 모헨이 융성했던 시절을 볼 수 있었던 것도 마음이 뭉클해지며 좋았습니다.  저는 베스미어가 벌어들인 동전이 우수수 떨어지며 피 묻은 위쳐 메달리언으로 변하는 장면이 참 좋았습니다. 

 

늑대의 악몽은 앞으로 이어질 드라마의 이야기와 연결하기 위해 타임라인을 소소하게 변경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케어 모헨이 마법사와 마을 주민들에 의해 싹 털리고 수많은 위쳐가 학살당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 사건은 사실 베스미어는 현장에 없었고 게롤트와 램버트, 에스켈은 태어나기 전이었거든요. 그런데 제작진은 베스미어가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바꿨고 게롤트와 램버트, 에스켈이 처참한 사건 현장을 경험한 것으로 시간대를 수정했어요 .  여기에 어린 위쳐 수련생이 한명 더 있더라고요. 리머스. 이번에 감상을 정리하다가 알게 되었는데, 이 위쳐 리머스는 드라마 위쳐 시즌1 3화에서 등장하자마자 스트리가에게 끔살당하는 위쳐였어요.

 

 

3화 도입부에서 처참한 부상을 입고 죽어가는 소년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으로 나왔죠. 그런다음..다음 장면에서 끔살...ㅠㅠ

게롤트는 눈속에 보관된 리머스의 시체에서 메달리언을 회수해서 가져가지요. 게롤트와 동기였던것입니다.   저는 드라마볼때 누군지 몰라서 이제까지 '이름모를 늑대교단 위쳐'라고 불렀어요. 이제 이름을 알게되었네요.곰곰 기억을 더듬어보니, 여관에서 '당신 친구 위쳐 말야' 라고 매춘부가 말했을때, 화들짝 일어나던 게롤트의 모습, 리머스의 시체를 바라보는 게롤트의 표정이 기억나는데요, 좀 찡해지네요.  리머스의 메달리언이 케어 모헨의 나무에 걸리는 장면이 나오면 더 가슴아파질지도요.   늑대의 악몽의 시나리오 작업을 2018년부터 시작했다고 했는데,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기위해 상당히 공들인것 같아요. 아, 그리고 저 시즌1의 3화 시나리오 작업에 늑대의 악몽 작가님도 참여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이번에 정리된 넷플릭스 위쳐의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런데...게롤트가 다섯살이라고요? 

 

그리고 케어 모헨이 잔인하게 털릴 때 케어 모헨의 어두운 비밀을 베스미어가 알게 되는 것으로 각색했어요. 케어 모헨의 어두운 비밀과 그 비밀에 얽힌 위쳐 데글란의 선택은 위쳐 소설 폭풍의 계절에 아주 유사한 내용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리스버그에 거주하는 마법사 겸 과학자 오르톨란과 다른 마법사들과 게롤트가 나누는 대화가 아주 흥미롭지요. 아무튼.. 어떻게 보면 그렇게 각색하는 것이 이야기 전개를 조금 극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어요. 또.. 어린 위쳐 수련생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큰 상처와 공포, 교훈으로 남게 될 테고요.  어른이 되어서도 그 비극적인 사건은 트라우마처럼 가슴에 남을 수 있지요.

 

 

세계관 전체를 뒤흔드는 각색은 아니라서..이 각색 찬성이고 맘에 들었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케어 모헨이 두들겨 맞을 때 몰려들어간 마을 사람들이 좀 더 광적인 모습으로 쇠스랑과 낫과 쟁기를 들고  무자비하게 들이닥쳤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물론, 마법사가 선동해서 마법사와 마을 사람들이 함께 오긴 했지만, 뭐랄까.. 저의 바람은, 인간의 모습에 더 할애하길 바랐어요. 괴물을 등장시키는 것은 너무.. 쉬운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몹시 재밌게 봤어요. 그래서 앉은자리에서 한번 더 봤어요. 저의 내재된 덕후력을 심하게 자극하는 요소가 곳곳에 흩뿌려져 있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어요.  베스미어의 소울푸드인 달달하고 노란 케이크.. 이 케이크도 드라마에 나올까요? 만약 나온다면 벅찰 것 같아요.  ost도 훌륭했습니다.  마지막에 드라마 위쳐의 음악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 멋있었고요, 도입부의 노래가 매우 인상적이었고, 특히, 베스미어가 열일할때마다 아주 간드러지게 휘감아 올라가며 울려 퍼지는 바이올린 연주가 맘에 쏙 들었습니다. 이 음악은 드라마에도 나오려나.. 궁금합니다. 내일모레 170살 할아버지에게는 좀 야하려나요..... 아니에요.... 내일모레 170살이고 '난 이 일을 하기엔 너무 늙었어' 중얼거려도 한번 순정쾌남은 영원한 순정쾌남이란 말이에요.  

 

드라마 위쳐 시즌2를 향한 기대가 또 높아져버렸어요. 시즌2에서는 식욕 왕성하고 혈기왕성한 어린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고 힘들게 돈 벌며 한 세기를 살아온 베스미어를 만나게 되겠네요.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지. 

12월 17일을 손꼽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