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더 포스라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나스, 켄드릭 라마, 투팍, 그리고 조니 캐시가 어울리는 소설이었습니다.
데니 멀론이라는 뉴욕의 형사가 주인공입니다.
더 포스라는 이름의 특수수사대의 대장인 멀론은 맨해튼 북부의 왕으로 불리며 뉴욕 북부의 할렘의 조직범죄와 마약범죄를 쥐락펴락하는 막강한 형사지요. 그의 감시망에 포착되면 몸 성하게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작살나고 만신창이가 되어야만 빠져나갈 수 있지요. 그가 모르는 정보는 없고 그가 대충 스쳐 지나가는 범죄는 없습니다. 맨해튼 북부의 할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곧 멀론의 것입니다. 맨해튼 북부는 멀론의 왕국입니다.
그는 모든 것을 가졌습니다. 잘생긴 얼굴, 탄탄한 근육몸, 팔뚝을 휘감은 멋진 문신, 리더십, 유능함, 카리스마, 명석한 두뇌, 빠른 판단력, 어린이와 힘없는 시민을 적극 보호하는 정의로운 마음, 강한 의지, 썩어 문드러진 직업환경에 발맞춰서 같이 짓물러버린 직업윤리, 오만함, 거친 언어, 불같이 터지는 썩어빠진 성질머리, 주변이 다 좆같아도 끝까지 탑재하는(탑재하려고 노력하는) 개념... 모든 것을 가졌습니다. 그는 과연 대부라고 불릴만합니다. 그는 눈물따위 없을 것 같은 인물로 보이지만, 시원하게 펑펑 울 때가 있습니다. 바로 꿈속에서 입니다. 소설 후반부에서 참다 참다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있지만, 이 꿈에서 우는 장면만큼 강렬하지 않았습니다. 꿈에서 멀론은 가족과 함께 끔찍하게 살해당한 삼남매를 바라보며 펑펑 울고, 작전 중에 숨을 거둔 동료를 살리려고 애쓰며 펑펑 웁니다. 그리고, 이 펑펑 우는 두 꿈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멀론의 결말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 소설의 매력은, 이 막강한 주인공이 하루아침에 몰락하는데서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잘나가던 주인공이 척박하게 바스러지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멀론이 당황하는 시점부터 매우 재밌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작가가 실제 뉴욕경찰에게서 자문을 받고 아이디어를 제공받아서 집필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면을 두드리는 부분들이 군데군데 등장하고, 상당히 무겁게 다가오지만, 저에게 결정적으로 재미를 준 것은 무너지는 주인공이었어요. 시작은 매우 사소했으며,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멀론이 내린 작은 판단은 커다란 작살이 되어서 그의 뒤꿈치를 꿰뚫었고 끝없이 끌고 내려갔습니다. 어디까지 내려갈지. 큰 호감을 주는 주인공이 아니지만, 중반 이후부터 숨 가쁘게 몰락하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니, 제발 이 고생길이 그냥 아무 데서라도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이 잘 되건 잘 안되건 아무 결말이 나도 좋으니 제발 그만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멀론에게 연민의 감정이 들지는 않았어요. 그가 알면서도 저지른 일들 때문에 겪는 고난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가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이유가 밝혀지는 부분에서 작게 탄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말에서 그가 선택하는 방법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생각해요. 다들 멀론을 욕하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겠지만요.... 그래서 기분이 조금 슬퍼졌어요.
재밌었어요.
영화화 한다는 얘기를 전에 언뜻 들었는데, 잘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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