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쳐 시즌2가 공개되기 전에 제가 가장 기대했던 장면은... 되게 많았는데..
엘프의 피에서 예니퍼가 게롤트에게 '친구에게' 편지를 보낸 장면이 꼭 나오면 좋겠다 생각을 했어요.
게롤트가 너무 오랜만에 옌에게 편지를 보내는지라..어떻게 호칭을 불러야 할지 며칠 동안 고민하다가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한 '친구에게'라고 첫인사를 써서 보냈더니..
기분이 상한 예니퍼가 '친구에게'라고 답장을 썼지요.
문장 마다 꼬박꼬박 '친구'를 붙여서요.
편지는 대충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전 영어 번역본만 가지고 있어서 제가 느낀 대로 번역했어요.
오역과 의역이 많으니까 그냥 대충 아 이런 분위기의 편지구나 하고 훑으세요.....
.............................................................................
친구에게
사랑하는 친구,
우리가 3년 전 마지막으로 만난 후 처음으로 너의 편지를 받고 무척 기뻤어.
네가 졸지에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며 이러쿵저러쿵 떠도는 소문을 듣는 것보다 훨씬 즐거웠어.
직접 소문을 부인하는 편지를 이렇게나 일찍 보내줘서 다행이야.
편지로 미뤄보건대, 너는 세상의 모든 자극을 거부하며 완벽하게 평화롭고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군.
요즘 그런 생활은 굉장한 특권이야, 친구.
나는 네가 가까스로 그 특권을 얻게되어서 대단히 기뻐.
사랑하는 친구.
나는 네가 송구스럽게도 내 건강에 관심을 보여서 감동받았어.
새로운 소식을 짧게 덧붙이자면, 그래, 나는 지금 무척 좋은 상태야.
약간 찝찝한 날들이 있었지만, 네가 들으면 절대 지루해하지 않을 일들을 잘 처리하며 지냈어.
네가 '운명'으로부터 받은 뜻밖의 선물 때문에 걱정이 많다는 얘기가 날 신경 쓰이게 만드네.
이에 대해 전문적인 해결방법이 필요하다는 너의 추측은 아주 정확했어.
다만, 현재 너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설명이 -짐작한 대로- 꽤나 불분명하지만
그 문제의 '근원'이 뭔지 거의 알 것 같아.
그리고 또 다른 소서리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너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해.
내가 그 도움 요청을 받은 두 번째 소서리스가 되어서 영광스럽게 생각해.
내가 뭘 어쨌길래 어쩜 그렇게 빠른 선택을 받은 걸까?
사랑하는 친구,
만약 다른 소서리스의 도움도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면, 그 생각 집어치워.
왜냐하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야.
네가 모호하게 지정해준 -하지만 나는 알아볼 수 있는 - 그 장소로 곧장 출발할 테니까 안심해도 돼.
완벽하게 비밀을 유지하며 신중하게 움직이리라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겠지.
네가 당면한 문제의 근원을 진정시키기 위해 내가 할수 있는 모든 힘을 다 하겠어.
네가 도움을 요청한, 혹은 도움을 간청하는 중인 다른 소서리스들 보다 절대 못하지 않을 거야.
무엇보다, 난 너의 친구 잖니.
사랑하는 친구, 우리의 값진 우정은 몹시 중요하기 때문에 널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앞으로 나한테 편지를 쓰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바로바로 편지를 썼으면 해.
너의 편지는 언제나 내게 한없는 기쁨을 주거든.
너의 친구, 예니퍼
..........................................................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이 장면이 위쳐 시즌2에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이렇게 나왔습니다.
원래는 게롤트가 옥센푸르트의 폰타르강을 둥실 떠가는 배 위에서 30번째 읽어서 나달거리기 시작한 이 편지를 읽으며 Fuck을 중얼중얼거려야 하는데.. 편지를 읽는 장면 같은 것 없이, 대사에 Dear Friend를 집어넣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꽤 재치 있는 각색이어서 맘에 들었습니다.
게롤트가 '어.... 그러니까...' 머뭇거리며 진땀 빼는 표정이 재밌지요.
헨리 카빌이 표정으로 잘 표현했습니다.
소설에서 게롤트가 몇 날 며칠을 머리를 쥐어뜯으며 대체 첫인사를 뭐로 시작해야 하나 고민할 때 표정도 저렇지 않았을까 싶어요.
시즌2 전체가 엘프의 피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추가하면서 대단히 흥미롭게 각색했는데요,
아마도, 앞서 나온 애니메이션 늑대의 악몽, 곧 공개될 프리퀄 블러드 오리진과 시간대를 맞추고 시리를 보호해야 할 당위성을 더욱 강하게 하기 위해서 이야기와 시간대에 조금씩 변화를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봤습니다. 저는 재밌게 잘 봤어요.
'눈아프지만 감상했어요 > 넷플릭스 위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넷플릭스 위쳐 시즌2 OST (0) | 2021.12.24 |
---|---|
위쳐 시즌2 (0) | 2021.12.24 |
넷플릭스 위쳐 시즌2 OST에서 - Burn, Butcher, Burn (0) | 2021.12.19 |
넷플릭스 위쳐 시즌2에 등장하는 게임 위쳐의 메달리언.. (0) | 2021.12.18 |
넷플릭스 위쳐 시즌2 OST에서 - Power and Purpose (0) | 2021.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