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눈아프지만 감상했어요/넷플릭스 위쳐

드라마 위쳐의 블라비켄 장면 오랜만에 반복감상하다가 문득 메달 잡담

320x100

드라마 위쳐 시즌1의 1화 후반부에 펼쳐지는 블라비켄 칼부림 장면은..

시즌1 통틀어서 가장 강렬한 액션 장면이고, 가장 보기 좋은 액션 장면입니다.

사실, 원작대로 촬영한 분량을 어른의 사정 때문에 다 들어내고 재촬영한 장면입니다. 

 

렌프리의 갱단 썰어내기 

 

갱단과의 칼부림 장면은, 2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장면이지만, 위쳐 게롤트의 전투 방식, 능력을 압축해서 잘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초반에 정면으로 날아오는 석궁 화살을 쳐내는 모습은 게롤트의 고유한 특성 중 하나입니다. 위쳐의 빠른 반사신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지요. 이어지는 칼싸움 장면에서는 위쳐 게롤트가 제대로 마음먹고 인간과 싸울 때 얼마나 강하고 무자비한 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목을 쳐내는 것좀 보세요...

 

영상을 오랜만에 기쁜 마음으로 반복해서 보다가 게롤트의 목에 걸린 메달의 뒷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에 볼 때는 게롤트의 전체 동작에만 집중해서 보느라 메달 뒷면이 보이는지 어떤지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눈에 띄었습니다.

 

 

그림같아요. 

 

 

 그래서 캡처본을 부랴부랴 찾아서 확대해가며 이리저리 살펴봤어요.

 

게롤트의 벌어진 앞섶에 메달이 보이고요, 석궁화살을 쳐내느라 상체를 움직이는 바람에 매달의 뒷면이 드러나 있습니다. 금속 한 개를 통째로 둥글게 주조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얇은 금속 두 개를 앞뒤로 붙여서 만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음새는 말끔하지 않고 약간 투박한 모양새에 가장자리 접합부위에는 틈이 살짝 보입니다. 

슬쩍 봐도 꽤 오래되어 보이네요. 

풀의 시험을 통과하면 위쳐 수련생들은 교단 문양이 들어간 메달을 하나씩 받게 되는데,

이렇게 받은 메달은 항상 목에 걸고 있어야 합니다. 

블라비켄 사건 당시 게롤트의 나이가 70대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약 60여 년 정도 게롤트와 함께한 듯해요. 

 

그런데, 위쳐 드라마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메달이 왜 저렇게 납작하고 못생겼냐고 말한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게롤트의 메달은 아래와 같은 모양 새였던 게 큰 이유였습니다. 

 

 

 

 

 가슴팍에 보시면 뾰족뾰족하게 입체적으로 살린 늑대 머리가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이것은 게임 속 모습.

 

플라티게 이미지(Platige Image, 드라마 위쳐의 공식 로고, 각 에피소드마다 등장한 엠블럼, 위쳐 메달 등을 디자인했습니다)의 디자이너 미할 니비아라(Michal Niewiara)는 메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위쳐들은 드워프처럼 솜씨 좋은 장인이 아니에요. 메달은 특수한 상황에서 사용하는 물품입니다. 마법 정황이 포착되면 메달이 진동하며 곧 닥칠 위협을 미리 알려주는 일을 하지요. 납작하고 단순한 원형인 것이 일하는데 낫습니다."

 

사실, 소설에서 이미 위쳐 메달은 둥근 모양으로 주조된 금속판이라고 나옵니다. 

안제이 사프코브스키는 위쳐 첫 단편소설에서 위쳐의 메달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이방인은 다시 가죽조끼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둥근 메달을 꺼냈다.

메달에는 송곳니를 드러낸 늑대의 머리가 새겨져 있었다." 

 

소설의 짧은 묘사만 보면, 교단에서 지정한 표준 디자인은 없고, 둥근 금속판에 교단 문양을 새기기만 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 위쳐 시즌1에서 이 점을 살린 것을 살짝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요. 

 

 

 

 

이것은 게롤트의 메달이고요. 

 

 

(저기..혹시...메달 근처에 보이는 터럭은 가슴털인가요?......)

 

 

이것은 시즌1 3화에서 등장하자마자 스트리가에게 죽음을 당한 늑대 교단 출신 어느 이름 모를 위쳐의 목에 걸려있던 메달입니다.  게롤트의 메달과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메달의 녹슬고 낡은 모습을 보니.. 이 위쳐도 나이가 꽤 많았던 것 같아요. 

이다음 장면에서 게롤트는 위쳐의 시신에서 메달을 벗겨내서 가져가요.  

 

그렇게... 세상을 떠난 위쳐의 메달이 가는 곳은, 위쳐가 생전에 속했던 교단의 본거지인 것 같아요.  

드라마 위쳐 시즌2에 등장할 예정인 케어 모헨에 이런 장소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회수한 메달은 이런 모습으로 나무에 걸려서 추모와 기억, 연대의 공간을 완성하는 것 같습니다.

메달과 관련해서 이것저것 혼자 생각하며 이 사진을 다시 봤을 때, 메달의 모습이 제각각인 것이 재밌었습니다.  위쳐들이 모두 기본 인성이 유사해 보이지만 뜯어보면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을 이 사진으로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어요. 같은 늑대 교단 문양이지만 하나는 사실적으로 늑대의 모습을 그려넣었고, 다른 하나는 귀가 가장자리로 뿅 튀어나온 감각적인 모습을 새겼네요. 오른쪽위의 하늘거리는 메달도 늑대교단 메달일까요? 너무 예뻐요. 저 메달의 주인이었던 위쳐가 몹시 궁금합니다. 

 

메달 하니까 다른 교단 위쳐들이 생각나는데요..

드라마에도 다른 교단 위쳐가 등장할까요? 소설에서 언급되는 다른 위쳐 교단은, 살쾡이 교단, 그리핀 교단 이 정도 에요라고 쓰다가

위쳐 코엔이 막 생각났습니다. 

케어 모헨에서 늑대 교단 식구들과 함께 지내는 그리핀 교단 출신 젊은 위쳐지요.

찾아보니, 드라마에도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아아, 무척 반가워요. 저는 코엔의 이야기를 좋아했거든요.

코엔의 메달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