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즈 오브 아나키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방영된 미국 드라마였습니다. 가상의 도시 차밍의 영세한 폭주족 갱단(그러나 여기저기 지부가 있고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도 지부가 있는 거대 조직..)의 부대장이자 전임 대장의 아들 잭스 텔러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입니다.
이 드라마를 5년 전에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때, 저는 잭스 텔러가 귀엽고 뽀얀 얼굴을 여기저기 흩뿌리며 모터사이클 타고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고뇌하는 이야기인가 했어요. 근데, 왜 이제와서 감상문을 쓰느냐면...넷플릭스에서 얼마전에 썬즈 오브 아나키 전 시즌이 내려갔거든요. 그동안 찜한 작품 목록에 올려놓고 가끔 생각날때마다 보고싶은 장면이나 에피소드만 쏙쏙 뽑아서 보곤했거든요. SOA와 작별인사를 하면서 전 시즌을 열흘동안 다시 정주행 했습니다. 아무튼...점점 시즌이 거듭되면서 뽀얗던 잭스는 총을 점점 많이 쏘고 육탄전을 많이 벌이고 화를 점점 많이 내고 물건을 점점 자주 부수기 시작했어요. 그 와중에 조직의 대장이 되면서 잭스는 더욱 어두워졌습니다. 스스로 정한 선한 원칙은 열심히 지키지만, 그 원칙이 냉혹해지는 잭스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대장이라는 자리는 잭스를 독단적이고 강경하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적립된 잭스의 어두운 모습은, 결국, 웃으며 시체의 목을 자르고 지체 없이 상대방의 이마에 총알을 박아 넣는 모습으로 발전했습니다.
여기서 이 드라마의 매력포인트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잭스 텔러를 연기한 찰리 허냄이었습니다. 물론, 음악도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모터싸이클부릉부릉미국향내풀풀 분위기를 풍기는 데에 음악도 많은 기여를 했지요. 비록 겉보기 분위기는 상마쵸였으나 막상 내용을 뜯어보면 아침드라마와 견줘도 손색이 없는 이야기가 꽤 많았던 드라마이긴 했어요. 잔인한 장면도 있었고요. 사람도 참 많이 죽었고요. 설정이 어이없는것도 있었고요. 하지만, 그 모든것을 극복하며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찰리 덕분입니다. 다른 배우들도 훌륭했어요. 배우 개개인 모두 매우 훌륭하게 자신이 맡은 역할을 소화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저에게는 찰리가 최고였어요. 이 드라마를 7번째 시즌 끝까지 볼 수 있도록 붙들어 매 준 장본인이었거든요. 찰리 허냄은 점점 내면의 암흑을 목도하는 잭스의 변화를 상당히 설득력 있게 점진적으로 그려냈습니다. 한 시즌, 또 한시즌 지나면서 연기력이 성장하는 것은 덤이었고요. 여섯 번째 시즌에서 무럭무럭 성장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잭스의 고뇌를 훌륭하게 잘 연기한 찰리 허냄은 마지막 일곱 번째 시즌에서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사실, 썬즈 오브 아나키의 일곱번째 시즌은, 뭐랄까...'이건 망한 이야기이고 다들 망했다!'라고 외치는 것 같은 시즌이었어요. 급발진이 '오져요'. 하지만 모두가 피를 뿌리며 죽어가며 급속으로 퇴장하는 급발진 이야기 속에서 찰리 허냄의 잭스 텔러는 뭐라고 해야 할까요...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대체 어째서 잭스 텔러는 예뻐가지고..........
결과적으로 썬즈 오브 아나키는 찰리 허냄이 연기한 잭스 텔러에게 감정적으로 상당히 과몰입하게 하는 드라마였고, 그랬기 때문에 지금도 썬즈 오브 아나키 하면 잭스 텔러의 모습을 한 찰리 허냄의 망령이 눈앞과 뇌 속에 어른거립니다. 한 배우의 성장을 함께 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소중했던 드라마. 내용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보라고 막 추천하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저는 매우 재밌게 본 드라마였습니다. 그럼에도 남에게는 잘 추천하지 않는 드라마. 그대신, 찰리 허냄이 궁금한 사람에게는 꼭 보라고 추천하는 드라마 입니다. 허냄의 모든것이 다 들어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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