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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읽고 있어요/읽어봅니다

예니퍼의 편지 :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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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쳐 소설 '엘프의 피'에서 게롤트가 일을 하다가 쉬면서 시리와 예니퍼의 편지를 읽는 장면이 있다. 

시리는 멜리텔레 사원의 학교에서의 일상을 며칠에 걸쳐 쓴 귀엽게 수다스러운 긴 편지를 써서 보냈고, 

예니퍼는 게롤트의 편지에 대한 답장을 보냈다. 


옌의 편지가 재밌었다.
옌에게 시리의 마법교육과 능력 제어법 선생님이 되어달라고 편지를 썼는데, 

게롤트는 너무 오랜만에 쓰는거라서 뭐로 시작할까 며칠 밤낮 머리 싸쥐고 고민 한끝에 '친구에게'라고 썼다. 

그리고 게롤트는 섭섭함 한가득인 옌의 철퇴를 고스란히 되받았다. 

말끝마다 '친구' 라고 끝내는 편지글이란. 

 

부족하지만 한번 번역해봤다.

이건 쭉 간직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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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에게


사랑하는 친구,

우리가 3년 전 마지막으로 만난 후 처음으로 너의 편지를 받고 무척 기뻤어.

네가 졸지에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며 이러쿵저러쿵 떠도는 소문을 듣는 것보다 훨씬 즐거웠어. 

직접 소문을 부인하는 편지를 이렇게나 일찍 보내줘서 다행이야. 

편지로 미뤄보건대, 너는 세상의 모든 자극을 거부하며 완벽하게 평화롭고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군. 

요즘 그런 생활은 굉장한 특권이야, 친구

나는 네가 가까스로 그 특권을 얻게되어서 대단히 기뻐. 

 

사랑하는 친구.  

나는 네가 송구스럽게도 내 건강에 관심을 보여서 감동받았어.

새로운 소식을 짧게 덧붙이자면, 그래, 나는 지금 무척 좋은 상태야.

약간 찝찝한 날들이 있었지만, 네가 들으면 절대 지루해하지 않을 일들을 잘 처리하며 지냈어.

 

네가 '운명'으로부터 받은 뜻밖의 선물 때문에 걱정이 많다는 얘기가 날 신경쓰이게 만드네.  

이에 대해 전문적인 해결방법이 필요하다는 너의 추측은 아주 정확했어.

다만, 현재 너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설명이 -짐작한 대로- 꽤나 불분명하지만  

그 문제의 '근원'이 뭔지 거의 알 것 같아. 

그리고 또 다른 소서리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너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해. 

내가 그 도움 요청을 받은 두 번째 소서리스가 되어서 영광스럽게 생각해.

내가 뭘 어쨌길래 어쩜 그렇게 빠른 선택을 받은 걸까? 

 

사랑하는 친구

만약 다른 소서리스의 도움도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면, 그 생각 집어치워.

왜냐하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야. 

네가 모호하게 지정해준 -하지만 나는 알아볼수 있는 - 그 장소로 곧장 출발할테니까 안심해도 돼. 

완벽하게 비밀을 유지하며 신중하게 움직이리라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겠지. 

네가 당면한 문제의 근원을 진정시키기 위해 내가 할수 있는 모든 힘을 다 하겠어.  

네가 도움을 요청한, 혹은 도움을 간청하는 중인 다른 소서리스들 보다 절대 못하지 않을 거야. 

무엇보다, 난 너의 친구 잖니.

사랑하는 친구, 우리의 값진 우정은 몹시 중요하기 때문에 널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앞으로 나한테 편지를 쓰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바로바로 편지를 썼으면 해.  

너의 편지는 언제나 내게 한없는 기쁨을 주거든. 

너의 친구, 예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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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롤트는 저 편지를 이미 30번째 반복해서 읽는 중이었다.
'게롤트는 (자신에게) 욕했다' 던데..
그 욕도 30번째 중얼거렸겠지.

아..이 예니퍼 바보 같으니.
북부왕국들과 닐프가드 제국이 치열한 첩보전과 상호비방을 열심히 하는 중이고 세상이 변해가고 있지만 게롤트에겐 오직 옌과 시리의 안전이 중요하다.
'어찌되었든 시리 건드리면 다 죽인다'라고 으르렁 거리구, 타네드에서 그 난리통이 터졌을때도 옌과 시리를 지키려고 몸을 던졌고.

누가 게롤트보고 감정없는 인간이래..
우리 게롤트는 섬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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