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쳐 소설 '경멸의 시간'에서 게롤트는 큰 부상을 입습니다.
타네드 습격사건이 벌어지던 날 마법사 빌게포츠에게 맞서다가 입은 부상이었는데요, 훗날 게롤트가 '내가 그날 저지른 유일한 실수는 싸움이 벌어지기 전 도망가지 않았던 것'이라고 곱씹는 큰 싸움이었습니다. 사프코브스키의 빠른 묘사를 따라가며 읽을 때 저는 옌이 게롤트가 쓰러진 모습을 못 봐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게롤트의 공격은 완벽했습니다.
근데, 빌게포츠는 더 강력하고 빨랐습니다.
빌게포츠는 당황한 게롤트가 순간 생각이 많아진 틈을 노려 게롤트에게 결정타를 날렸고....
게롤트가 입은 부상은 참혹했습니다.
하나하나 짚어보면...
복부에 강한 타격을 입어서 내출혈이 발생했고, 갈비뼈가 부러졌고, 벽에 날아가 부딪히면서 뇌진탕이 왔으며... 두개골에 금이갔습니다. 빌게포츠의 공격을 막으려고 칼을 주으려다가 마법 지팡이에 얻어맞고 왼팔의 팔꿈치가 부서졌고요, 어깨도 부서졌습니다. 한쪽 무릎이 부러지며 바닥에 쓰러졌는데 빌게포츠는 지팡이를 휘둘러 게롤트의 허벅지뼈 한쪽을 으깼습니다.
이렇게 부상을 입은 게롤트에 대해 고찰하며 한발 더 나아가 매체에서 장애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는 흥미로운 트윗타래를 한 달 전쯤에 읽었습니다. 드라마 위쳐의 제작자 로렌 히스릭씨가 리트윗을 해서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긴 트윗 타래를 쓰신 분의 칼럼을 뒤늦게 읽었습니다.
<원문 링크>
www.eurogamer.net/articles/2020-11-24-geralt-of-rivia-a-disabled-protagonist
Geralt of Rivia: A disabled protagonist
Geralt of Rivia: A disabled protagonist "I haven't stopped thinking about this thread." "[Geralt] caught sight of Regis looking at him intently. 'Is that a fresh injury?'"'Not really. But it's tormenting me. Do you have any herbs capable of soothing the
www.eurogamer.net
부족하지만, 칼럼을 한번 번역해봤어요.
의역 300퍼센트.
중간중간에 본문에서 언급된 트윗 링크를 그대로 첨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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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리비아의 게롤트 : 장애인 주인공
레지스는 게롤트를 주의깊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거 이번에 새로 입은 부상이야?"
"아니, 그건 아닌데... 꽤 아파. 너 통증 가라앉히는 약초 같은 거 있어?"
- 안제이 사프코브스키 '불의 세례' , pp.128
리비아의 게롤트는 장애인입니다(Geralt of Rivia is disabled)
저의 이 의견에 대한 여러 사람들 - 특히 팬 여러분 - 의 반응을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매우 흥미로운데요, 11월 9일에 트위터에서 많은 분들이 리트윗 해주신 저의 긴 트윗 타래에서 인상적인 반응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게롤트는 CDPR의 위쳐 3:와일드 헌트와 넷플릭스의 드라마 위쳐의 성공으로 판타지 세계의 인기 아이콘이 되었습니다만, 우리는 게롤트의 모습을 생각할 때 게임 속의 회색 머리칼을 한 매력적인 괴물 사냥꾼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이제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저는 위쳐 원작 소설과 관련된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된 의견을 밝히는 일과 더불어, 수년간의 게롤트의 이야기 재구성 작업에서 무시된 것들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1월 9일 트윗 타래 원문 링크>
https://twitter.com/mustangsart/status/1325742021898891265?s=20
the dislocating Witcher🦓 Making ttrpg better ♿🐺⚔ on Twitter
“Geralt of Rivia & the Importance of Disabled Protagonists A Thread. Geralt of Rivia is disabled. That statement always surprises people, even fans of the series. But it's true. It's just that people only remember how Geralt is shown in- 1/20”
twitter.com
첨부된 트윗 링크 원문에는 소설 내용을 인용하면서 게롤트가 어떻게 자신에게 닥친 일을 천천히 조율해가는지 잘 나와있습니다.
저는 장애인이며, 장애 상담사, 이야기 검수자, 작가, 그리고 TRPG(tabletop roleplaying games, 탁상 롤플레잉 게임)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12살에 신체장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가볍게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는 일종의 부적응자처럼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저는 누구도 나의 만성적인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분노와 외로움이 가득 찬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20살 때 친구 몇 명이 위쳐 3 게임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을 구경한 뒤, 위쳐 원작 소설을 접하면서 소설과 게임의 열광적인 팬이 되었고, 저의 분노와 외로움으로 가득 찬 나날은 끝났습니다.
경멸의 시간에서 게롤트가 심각한 부상을 입는 장면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저도 모르게 분노 5단계의 마지막 단계인 수용과 평화의 단계로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부상을 당한 후 브로킬론 숲의 마법 물을 마셔서 치료되지만, 게롤트는 무릎, 엉덩이, 팔꿈치에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불현듯, 저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가벼운 질병, 부상 장애 등을 쉽게 없애는 마법이 만연하는 다른 판타지 소설과 다르게, 게롤트가 받은 마법 치료는 그가 입은 부상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거나 통증을 줄여주지 않았습니다. 치료의 결과는 게롤트에게 장기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고, 그는 자신의 몸에 새롭게 들이닥친 장애를 보완하고 수용하는 법을 스스로 배워야 했습니다. 배움의 시간은 길었습니다. 게롤트는 자신과 세상에 분노하고 좌절했으며, 친구들에게 화풀이했습니다.
그 순간, 게롤트가 저와 같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게롤트가 자신의 장애를 수용하는 긴 여정은 제가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소설에서 그는 부상 치료를 받은 후에도 여전히 위쳐 일을 할 수 있고, 강력하며, 인간적인 매력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거듭 등장했습니다. 이는 제가 이전에도 봤고 여전히 지금도 맞닥뜨리고 있는 여러 장애 묘사 방식에서 이례적인 모습입니다. 이것은 원작 소설의 장애 묘사가 뛰어나다는 뜻이 아닙니다 - '병신'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 그러나 소설은 제가 살아오며 경험했던 분노의 단편과 내면화된 장애인 차별을 완벽하게 포착해서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트위터에 긴 트윗 타래를 썼을 때, 저는 벌집을 건드렸다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신체장애는 여전히 매체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지요. 댓글 대부분은 제가 예상했던 반응이었습니다.
“게롤트는 장애인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 정치적 올바름에) 영합하는 짓은 멈춰야 한다.”
“사실, 호수의 여인에서 프린질라 비고가 게롤트를 치료해줬다, 그러니 게롤트는 장애인이 아니다.”
(제가 이미 트위터에서 반박하고 설명했듯이, 게롤트는 무릎과 팔꿈치에 입은 영구적인 손상을 능가하는, 자신만의 특징적인 장애 - 불임, 심각한 정신적 외상, 과도한 포션 사용으로 인한 독성 내성 기능 저하, 오래된 부상과 상처에서 기인한 신경 손상 - 를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치료되었다'는 말은 '완치됐다'는 말과 혼동되어서는 안 됩니다. 두 단어는 의미가 다릅니다)
<반박과 설명 트윗 원문 링크>
(A point I have already debunked on Twitter)
the dislocating Witcher🦓 Making ttrpg better ♿🐺⚔ on Twitter
“If I get one more angry gamer telling me "Fringilla Vigo healed Geralt actually" when she only managed to heal Geralt enough to alleviate the worst of the pain, I am going to lose my mind. It still doesn't detract from Geralt's experience of disability
twitter.com
갑자기 저는 ‘장애’를 끄집어내서 지적질함으로써 위쳐 이야기를 망친 인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를 조롱하며 ‘비디오 게임에서 장애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그 사람들은 매드 맥스 게임의 주인공이 다리에 금속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절룩거리며 걸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더군요. 장애는 매체에서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매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의 대다수가 비장애인이어서 장애가 '적용되도록' 일하는 전문가를 고용하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쳐 드라마 제작자 겸 각본가 로렌 히스릭씨의 트윗 답변 원문 링크>
https://twitter.com/LHissrich/status/1326165093726425090?s=20
Lauren S. Hissrich on Twitter
“I haven't stopped thinking about this thread. I've read these books a dozen times, these specific sections, and I've not thought of it further than: "Geralt has some pain, onto the next thing." I've been wrong. I'm excited to dig into this more. To add
twitter.com
저는 넷플릭스 위쳐 드라마의 제작자 로렌 히스릭씨의 답변을 받고 뛸 듯이 기쁘면서 동시에 엄청나게 걱정되었습니다. 영화와 텔레비전 산업은 장애를 묘사하고 표현하는 것에서 좋은 선례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최악의 경우, 우리 장애인들은 빌런으로 묘사됩니다. 그리고 기껏 잘 나와봤자 인간 그 자체가 아니라 가련한 존재로 그려집니다. 저는 전문적인 장애 상담가로서(최근에 위쳐 TRPG 작업을 했습니다), 히스릭씨께 만약 제가 제작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의견을 보냈지만, 전문가가 고용되어 제작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인지는 그다지 크게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영상 산업에서 전문적인 컨설팅 없이 독자적으로 진행한 '장애'에 대한 안이한 표현 방식은 우리에게 더 큰 장애 차별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히스릭씨의 답변에 대한 글쓴이의 답변 트윗 원문>
twitter.com/mustangsart/status/1326167466574286848?s=20
the dislocating Witcher🦓 Making ttrpg better ♿🐺⚔ on Twitter
“@LHissrich And please, know that I am available and genuinely offer to help consult on this disability that I live with and have experience in. I would be honoured and humbled to help!”
twitter.com
저는 넷플릭스와 드라마 위쳐 제작팀이 게롤트의 캐릭터에서 이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을 포착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애인 상담가를 고용하길 마음 가득히 희망합니다. 저는 트위터에서 조롱당했고, 진짜 위쳐 팬이 아니라고 비난당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사람들은 제 트윗 타래가 진짜로 뭘 말하려고 하는지 잊어버렸더군요. 그 사람들은 제가 게롤트는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트윗만 보고 위쳐 게임이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게롤트의 고유한 특성의 일부를 지워야 하는 핑곗거리를 찾으며 제 트위터를 방문했습니다.
우리가 게롤트를 장애인 주인공으로 받아들이고 그에게서 그 부분을 지우지 않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는 게롤트의 이 이야기를 정확하고, 숨김없이, 섬세하게 표현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에는 지금도 그들이 겪는 고통과 일상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 장애인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인격과 인생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용기를 대변해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합니다.
그들에게는 리비아의 게롤트 같은 존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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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 원래 의미가 잘 전달되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칼럼을 쓰신 분의 트위터에는 저 11월 9일 트윗 타래에 보충 설명하는 그림 트윗도 있는데요,
https://twitter.com/mustangsart/status/1328046771075997701?s=20
the dislocating Witcher🦓 Making ttrpg better ♿🐺⚔ on Twitter
“So I learned that medieval joint braces had cool-looking designs and gave Geralt some for his elbow and knee post Time of Contempt in a little doodle here using a ref from the Butcher of Blaviken scene. I also threw in how his stance/posture would 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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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것입니다.
보조기구를 착용한 게롤트의 모습을 직접 그림으로 그리기도 하셨네요.
저는 트윗 전체 타래와 칼럼이 모두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가져와봤습니다.
동의하지 않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강력한 주인공이 신체장애를 입었을 때 그 모습을 매체는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이러쿵저러쿵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앞으로 이어질 드라마 위쳐의 이야기에서 이 부분이 얼마나 반영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작자님이 게롤트의 이런 면을 좀 더 깊이 알아가고 싶다고 한 것을 보면
완전히 무시될 것 같지는 않아 보여요.
시즌3에서
살짜쿵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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