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쳐3 : 풀의 시험

위쳐3을 플레이할 때 마음이 매우 안 좋아지는 부분들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중 한 곳이 이곳이었습니다.

케어 모헨 근처에서 늑대 교단 장비 업그레이드 도면을 찾으러 갔을 때였어요.

 

 

이곳. 

 

이 우울한 곳은 게롤트의 선배 위쳐들이 풀의 시험을 받은 장소였습니다.

 

풀의 시험은, 사람의 몸을 찰흙 상태처럼 만들어서 몸의 구성을 재배열하는 시술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재배열된 몸은 위쳐 몸으로 재탄생하여 위쳐 훈련과 위쳐 탕약을 이겨낼 수 있게 되지요.

그리고 이때 눈이 고양이 눈처럼 변합니다. 

이후부터 이어지는 추가 시술도 받을 수 있게 되는데,

사실, 이 추가 시술에서 많은 수의 수련생들이 또 세상을 떠나거나 미친다고 하네요.

 

동굴 안을 돌아다녀보면, 풀의 시험을 받을 때 어린 위쳐 수련생들을 눕혔던 철제 침대,

수련생의 동맥에 주입할 약초물을 제조하던 장소, 약간의 해골, 알 수 없는 약물병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곳에 다가가면 게롤트의 혼잣말을 볼 수 있었어요.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는 약초 냄새를 맡으며 진절머리를 내기도 하고요

철제 침대 곁에서 잠깐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이제는 새로운 위쳐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버려진 동굴이어서

동굴 분위기가 흉흉했어요.

 

흉흉한 동굴에서 채집한 문서 한 꾸러미..

 

 

어린 위쳐 수련생들이 받은 풀의 시험 결과를 작성한 문서였습니다.

보면 알겠지만, 다들 어린 남자아이들이에요.

게롤트도 저 나이 무렵에 풀의 시험을 받았을 거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저 문서에서 짐작할 수 있듯, 시술은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동맥으로 세 가지 특정 약초로 만든 물을 주입한다고 해요.

그 과정에 마법도 추가되고요.

 

풀의 시험을 받으며 고통받는 어린 수련생의 모습은..

위쳐 3 본편의 최악의 추남 퀘스트에서 짐작할 수 있고..

폴란드에서 제작한 위쳐 드라마 '비즈민'(독일어 제목은 헥서) 1화에서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린 게롤트가 풀의 시험을 받으며 지르는 비명소리가 섬뜩했던 것이 기억나고...

푸른색으로 빛나는 피부도 기억나고요..

살아남은 어린 게롤트가 요양 중에 '엄마..'를 낮게 중얼거리는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던 것이 기억납니다.

마침, 폴란드의 위쳐 드라마 하니까 지금 몇 가지가 생각났는데,

1화의 첫 장면에서 넷플릭스 위쳐 드라마처럼 키키모어 비슷한 괴물과 싸우는 장면이 있었어요.

탕약을 마셔서 눈알이 까맣게 된 게롤트가 늪지대(인지 그냥 썩은 연못인지 알 수 없는 곳)에서 괴물 사냥하는 장면이 있지요.

 

수많은 위쳐들의 성격을 근본부터 망친 원인이 풀의 시험이 아닐까 싶어요.

여기에 동료 수련생들이 훈련받다가 죽는 것을 목격하며 망가지고..

혹독한 훈련으로 인성 또 망가지고...

막 꼬꼬마 위쳐가 되어 의뢰받은 일들을 하다가 죽을고 비를 넘기고..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또 인간성에 시험을 받고..

 

게롤트는 그렇게 성장하면서도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열심히 하고 선한 면을 열심히 지킨 것 같아요

위쳐 생활을 통해 적응하면서 익힌 것도 있겠지만

게롤트는 본성이 착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험한 일을 하며 살아왔지만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 여전히 남아있고요.

풀의 시험이 게롤트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의 시작 지점을 크게 비틀었을지언정,

게롤트의 선한 마음은 결코 망가뜨리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타고난 성품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고, 어디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여러 상황에서 어려움을 경험하더라도,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는 성품이 큰 작용을 하지 않나 싶어요.

스트레스가 닥치는 상황에서 버텨내는 모습에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것 같고요. 

로보캅에게 남은 머피의 인간성이 로보캅이 내리는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것과 같은 것이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