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쳐3을 하면서 게임에 등장하는 패러디, 오마주 등을 알아보는 것도 아주 재밌었어요.
지금 생각나는 대로 써보자면..
고든 램지, 앤디 서키스와 골룸, 파이트 클럽의 타일러 더든,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슈뢰딩거의 고양이, 앙리 툴루즈 로트레크, 조이스틱 어워드 트로피,
보클레어의 묘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명인의 이름(생텍쥐페리, 짐 모리슨, 장 뤽 피카드...)
왕좌의 게임의 공중 감옥과 티리온 라니스터, 왕좌의 게임의 브리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에서 게리 올드먼이 입었던 붉은색 근육 재질 갑옷,
다크소울의 모닥불, 반지의 제왕에서 김리의 대사,
시아나를 데려오려고 방문한 비틀린 동화나라 속 모든 등장인물들,
몬테 크리스토 백작의 파리아 신부, 보르소디 경매장에 나온 해리 포터의 불의 잔,
80일간의 세계일주, 고도를 기다리며, 맥베스, 오즈의 마법사...
대충 이 정도 생각나는데, 레딧의 위쳐 포럼이나 유튜브 가서 더 찾아봐야겠어요.
그중에서 기억에 제일 많이 남는 것이.. 투생 감옥 실험이었습니다.
이 작은 퀘스트는 위쳐3 두 번째 확장팩 블러드 앤드 와인에서 위쳐 메르텐의 이야기를 추적하며 만티코어 교단 세트 도면을 얻는 퀘스트의 첫 번째 방문지에서 만났습니다. 만티코어 교단 도면을 얻으러 가는 여정의 첫 번째 방문지는 바스토이 감옥 폐허입니다. 바스토이 감옥은 한때 투생 공국에서 공작이 직접 다스리는 가장 중요한 감옥이었습니다.

이 바스토이 감옥은 노르웨이에 실제로 있는 바스토이 교도소를 모델로 한 것입니다.
<바스토이 교도소에 대한 위키디피아의 설명>
en.wikipedia.org/wiki/Bast%C3%B8y_Prison
Bastøy Prison - Wikipedia
Bastøy Prison (Norwegian: Bastøy fengsel) is a minimum-security prison on Bastøy Island, Norway, located in the Horten municipality about 75 kilometres (46 mi) south of Oslo. The prison is on a 2.6 square kilometre (1 sq mi) island and hosts 115 in
en.wikipedia.org
위키디피아의 설명을 쭉 읽어보니...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남쪽 바스토이 섬에 자리 잡은 바스토이 교도소는
원래 노르웨이에서 악명 높은 청소년 교정시설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노르웨이 군부에서 운영하던 곳인데, 강압적으로 학생들을 찍어 누르며 교육했나 봐요.
이에 반발하여 1915년 5월에 3-40명의 소년들이 집시 보이라는 소년의 주도로 탈출과 재수감을 반복했습니다.
반란이 일어났던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대규모 반란 이후 사회노동부 관할로 바뀌어서 운영되었음에도,
1953년까지 교정교육 방식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해요.
결국 학교는 1970년 10월에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1982년, 학교가 있던 자리에 바스토이 교도소가 설립되었습니다.
지난 38년 동안 탈옥 시도는 단 한 번 뿐이었다고 하는데요, 사실은 탈옥하기 매우 쉬운 교도소라고 해요.
하지만 탈옥을 하지 않는 이유는.. 발각되면 강제구금시설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아주 힘든 감방에 수감된다고 합니다.
그게 싫어서 탈옥을 안 하는 거래요.
근데 그것보다도, 감옥의 복지시설이 굉장히 훌륭해서 애초에 탈옥할 마음을 가지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 중요하겠죠.
재소자들이 쾌적한 환경 속에서 여러 활동과 교육을 통해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사는 법을 배우면서 궁극적으로 훌륭하게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하네요.
이렇게 좋은 평판을 얻는 교도소가 위쳐3 게임의 두 번째 확장팩에서는
죄수와 간수 사이에 살상이 벌어진 장소의 소재가 되어 등장합니다.
게롤트는 폐허에 도착하자마자 알프와 정신없이 싸우게 되는데요,
싸우고 나서 한숨 돌리며 폐허를 돌아다니다 보면 문서를 몇 장 주워서 읽어볼 수 있고,
보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보물은.. 돈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4 회차쯤 되었을 때 알프를 만나는 것을 미리 알고 검은 피 포션을 먼저 마시게 했더니
알프를 죽인 뒤 게롤트가 '검은 피를 미리 마셔두길 잘했군' 하며 혼잣말을 합니다.
깨알 같은 디테일에 잠시 피식 웃었어요...)
주어서 읽은 문서 중 첫 번째

공무원의 이름 필립 조르디 심바르도가 매우 익숙했는데요..
사회심리학자 짐바르도의 이름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짐바르도는 스탠퍼드 감옥 실험으로 유명해진 사람이죠.
이 퀘스트는 스탠퍼드 감옥 실험과 짐바르도의 이름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스탠퍼드 감옥 실험 같은 사회심리학 실험이 투생의 감옥에서 벌어진 것으로 설정한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감옥 개혁 프로그램을 시도했던 것 같아요.
근데, 실험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게임 속 시대에서 재소자의 복지 같은 것은 상상도 못 하던 것이니까요.
블러드 앤드 와인의 멀티 엔딩 중에 게롤트가 감옥으로 가는 엔딩이 있는데,
그 감옥의 모습만 봐도... 그냥...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가둬놨다는 정도뿐인 것을 알 수 있어요.
심바르도가 작성한 투생의 공작 헨리3세의 명령서를 보면
재소자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바스토이 감옥을 실험군으로 해서 개혁-실험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명령서만 쭉 읽어보면 노르웨이의 바스토이 교도소가 떠오릅니다. 물론, 플레이를 하던 당시에는 저게 그 바스토이 교도소인 줄은 전혀 몰랐어요.
보다 문명화된 남쪽나라라면 어디일까요.
위쳐 팬덤에서 찾아보니... 닐프가드 제국이었습니다.
witcher.fandom.com/wiki/Alba_(river)
Alba (river)
Alba is a river in the south of Nilfgaardian Empire. The city of Nilfgaard is at its mouth. It forms a natural border with Vicovaro. The river valley is known for its vineyards. According to Reynart de Bois-Fresnes the wines of Alba are less expensive than
witcher.fandom.com
근데 두 번째 문서를 찾아서 읽어보면, 그 원대한 개혁 실험은 완전히 실패한 것 같습니다.

직원의 일기를 읽어보면, 실패한 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참혹한 결말을 맞이한 것 같아요.
투생의 공작 헨리 3세는 바스토이 감옥을 문명화된 감옥으로 개혁하길 바랐지만
그런 시도는 오히려 재소자들이 날뛰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헨리 3세에 대한 위쳐 팬덤에 올라온 설명>
witcher.fandom.com/wiki/Henri_III
Henri III
Henri III, also known as Henri Gras ("Henri the Fat"), was a duke of Toussaint and presumably the father of Adela Marta. Henri admired distant lands around the river Alba and considered them more civilized. Based on their model, he reformed Bastoy Prison b
witcher.fandom.com
헨리3세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면, 헨리 3세의 개혁 프로그램은 투생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고 나오네요.
어울리지 않았다.. 투생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인간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헨리3세의 시도는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투생에서는 어울리지 않았'을 뿐이죠.
투생 공국은 닐프가드 제국보다 사람들의 인식이 덜 '문명화' 된 것일까요.
직원의 일기 후반부에 보면, 감옥에서 발생한 폭동으로 형무소장은 창에 꿰어졌고, 경비병들은 가죽이 홀랑 벗겨졌습니다. 이것은 노르웨이의 바스토이 교도소의 복지프로그램에 대해 제작진이 비튼 것이라 생각되네요. 복지 프로그램과 교육이 과연 재소자들의 근본적인 부분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던진 게 아닌가 싶어요.
무엇이 재소자들을 날뛰게 했을까요. 문서 두 장만으로는 내막을 제대로 알 수 없었어요.
손과 발이 예전보다 자유로워진 재소자들 중 일부가 폭동을 계획한 것 같아요. 분명히, 누군가 폭동을 주도했을 것이고, 그 혹은 그들이 이끄는 대로 죄수들이 다 함께 들고일어나 간수와 교도소장을 무참히 학살한 것 같아요.
저는 위쳐 메르텐이 저 난리통이 발생하기 한참 전에 감옥에서 석방되었다는 것에 조금 안심했습니다.
만약 메르텐이 저 무렵까지 감옥에 있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아요.
죄수들과 함께 폭동에 참여해서 간수를 죽이고 감옥을 탈출하거나 아니면 비인간이라고 먼저 죽임을 당했을 수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메르텐은 감옥에서 성자 레비오다를 따르는 종교를 영접하고 위쳐의 삶을 크게 뉘우쳤어요.
아마도 메르텐은.. 위쳐의 능력을 다시 사용하는 것보다 죽음을 택했을 수도 있겠네요.
그냥 저의 추측이에요.
폐허에서 얻은 세 번째 문서 중에 어느 죄수가 끄적인 글이 있었습니다.

이게 저 개혁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는 문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바스토이 감옥의 환경이 어떤지 얼추 짐작할 수 있는 글이었어요.
이 죄수는 어둡고 척박한 감옥에서 간수에게 학대를 당하다가 결국.. 미친것 같아요.
숟가락으로 뭘 했을까요. 숟가락으로 간수를 죽였을까요.
충분히.. 그랬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 죄수는 저 폭동에 같이 참여한 죄수일 수도 있겠어요.
프로그램의 실패와 폭동의 결과와 관련된 문서는 더 이상 없었어요.
저 세 장이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문서였습니다.
메르텐이 남긴 만티코어 세트 도면의 일부, 메르텐과 관련된 문서 몇 장을 더 읽어본 후
바스토이 감옥 폐허를 떠났는데요, 아주 특별한 퀘스트는 아니었지만 잔잔한 느낌이 남는 퀘스트였어요.
게임을 할 때는 자세하게 찾지는 않고 대략적으로만 짐작한 다음 장소를 찾아서 갔지만
게임을 멈추고 캡처한 것을 올려놓고 관련된 것을 쭉 찾으면서 이것저것 생각할 수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처음 이 게임을 할 때는 문서가 너무 많아서 살짝 피곤했어요. 이걸 다 읽을 가치가 있나,, 했거든요.
문서 안에서 원작과 연결된 설명, 의외의 이야기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위쳐도 위쳐의 삶을 버리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큰 가능성을 본 퀘스트였다고 생각합니다.
본편에서 고양이 교단 위쳐를 죽인 폭력조직의 수장을 추적하는 퀘스트를 할 때도 잠시 본 것이지만,
블러드 앤드 와인에서 만난 위쳐 메르텐의 이야기는 전혀 상상 못 한 길을 선택하는 이야기였어요.
운명의 아이가 되어 위쳐 교단에 선택되었고, 운명적인 선택으로 끔찍한 시험에서 살아남아 괴물 사냥꾼의 삶을 살게 된 위쳐들은 운명의 힘을 온몸으로 경험한 사람들이지요. 하지만 이들도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이라는 점을 메르텐이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 같아요. 근데 또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자유의지와 생존은 어떤 관계가 있었을까요. 자유의지는 위쳐의 생존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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