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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즐겁군요/뒤늦게 알게된 즐거움

시리야 행복해야해...(엔딩 스포일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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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쳐3의 엔딩 중에서 시리와 관련된 엔딩은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게 되지요.

사실 저는 예니퍼, 트리스와의 엔딩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어요.

어차피 저는 맨날 옌만 선택할것이구요 (딱 한번 트리스를 선택하긴 했지만요) 

제일 중요한것은 시리의 앞날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처음 위쳐3을 했을 때 시리를 죽여버렸습니다.

그냥 하는대로 제가 선택해서 했는데... 게롤트가 무지무지 슬퍼하고, 시리가 죽었더라고요.

엔딩이 어떤지 공략이 어떤지 전혀 모른 채 게임을 했기 때문에, 이게 전체 엔딩인 줄 알았습니다.

너무나 비극적인 엔딩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게임 감상을 정리하려고 구글에 들어가서 게임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찾아봤어요. 그랬더니...

이 엔딩은 팬 대부분이 싫어하는 아주 참혹한 엔딩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 게임은 멀티 엔딩이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속상해서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내가 게롤트를 앞세워서 시리를 죽여버렸네...! 하면서요.

 

 

시리야........ㅠ_ㅠ)

 

 

 

근데, 이 '배드 엔딩'을 막상 만난 순간에는, 사실, 그렇게 기분이 처참하진 않았습니다.

곱사등이 늪지로 돌아간 게롤트의 등과 뺨을 붉다 못해 핏빛에 가까운 노을이 비추고.....

게롤트는 굉장히 우울하게 늑대인간, 마지막 남은 크론과 대화를 나누죠. 

뭔가 어둡고 절망적인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고생 고생하며 모험을 다녔는데, 이렇게 끝나는구나... 는 생각을 하면서요. 

고생했던 여러 퀘스트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왔어요. 기분이 참 서글퍼졌고요. 

도발하는 크론에게 '난 이제 아무것도 느끼지 않아'라고 말할 때...

노을을 등지고 서서 게롤트의 얼굴은 매우 어두운 빛이었고, 원래 표정이 그다지 다양하지 않은 얼굴은 더욱 딱딱해졌지요..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렇게 엔딩을 보고 확장팩을 하러 게롤트가 케어 모헨으로 슉 돌아갔을 때...

(이때 케어 모헨에 혼자 덩그러니 서있는 게롤트가 어찌나 쓸쓸해 보이던지요) 

이번에는 다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시리가 편하게 느끼는 것으로만 선택하겠다고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시리가 황제가 되었습니다. 와.. 황제 시리라니.

너무너무 기쁘긴 했는데... 어딘가 정치적인 것에 휘말린 모습으로 보였어요. 

생물학적 아버지는 시리의 혈통과 능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부단히 노력한 사람이었지요.  

시리는 생물학적 아버지를 평생 제대로 만난 적 없고, 이야기 나눠본 적 없고, 

일단....... 시리의 기본적인 성격이 굉장히.. 자유롭지 않습니까?

시리는 위쳐처럼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모험하고 괴물 사냥하고 칼을 사용하는 생활을 더 즐거워하지요. 

시리에게 위쳐는 자신이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였습니다.

위쳐 교육을 받으며 시리는 PTSD를 치유받을수 있었습니다.

또한 위쳐와 소서리스를 통해 자신이 가진 놀라운 능력을 다룰수 있는 법을 배웠구요.

세상을 바라보는법, 소통하는 법, 몸을 지키는 법을 위쳐와 소서리스로 부터 배웠습니다.

닐프가드 제국에게 나라와 할머니를 잃고 어린나이에 정신적 신체적으로 큰 고통을 겪은 시리에게

위쳐 게롤트와 그의 친구들, 위쳐 베스미어는 아버지이자 선생님이었고, 

시리에게 마법을 다루는법을 가르친 소서리스 예니퍼, 시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보호해준 소서리스 트리스는

어머니이자 언니였지요.

늑대교단의 고향 케어 모헨은 시리의 제2의 고향이었어요.

 

저는 이 황제 엔딩도 조금 맘에 안 들었어요. 

물론, 시리는 이제 왕궁에서 보호받으며 편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지만요. 

마지막에 시리와 헤어질 때 게롤트의 표정이 너무 슬펐어요.

아니, 그전에 그 마지막 컷신 나오기 전까지의 과정이 저는 맘에 안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으로 만난 시리가 위쳐가 되는 엔딩, 정확히는, 위쳐 훈련을 받은 괴물 사냥꾼이 되는 엔딩.. 을 저는 가장 좋아합니다. 가장 행복한 엔딩이라고 생각해요.  앞에서 밝혔다시피, 위쳐의 삶이야말로 시리를 가장 자유롭게 해주는 삶이라고 생각했어요. 헨리 카빌은 위쳐3을 할 때마다 언제나 예니퍼를 선택했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엔딩을 봤다고 말했는데 혹시나 이 엔딩이 아닐까 싶어요. 게롤트는 예니퍼와 함께 멀리 떠나고 시리는 위쳐가 되고 닐프가드가 세상을 평정해서 안정적인 제국을 건설하는.

시리가 위쳐가 되는 엔딩에서, 게롤트는 시리에게 멋진 칼을 만들어서 선물합니다.

솜씨 좋은 장인에게 주문해서, 백색과수원 외곽의 다 허물어진 요새에서 칼을 전달받지요.

장인을 만났을 때, 게롤트는 보석이 가득 들어간 주머니로 주문 대금을 지불합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뭔가.. 굉장히 울컥했어요.

저 보석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게롤트는 얼마나 일을 열심히 했고,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을 처리해야 했을까.. 하면서요.

하지만 게롤트는 '이건 시리에게 줄 선물을 살 돈이야, 다 시리를 위한 것이야' 하며 일했을 거라 상상하니..

세상에, 마음이 뿌듯해지고 화사해지고 눈물이 날 것 같고 그랬어요. 

칼에게 이름도 새겨 넣었습니다. '지라엘'.... 누구보다도 소중한 제비, 시리. 

 

그래서 저는 장인에게서 칼을 받아서 시리에게 바로 가지 않고 빠른 이동을 타고 룬 장인에게 갔습니다.

소지품 주머니를 보니까 칼이 마치 소지품처럼 쓱 담겨있길래... 룬스톤을 박아도 괜찮을 것 같아 보였어요.

마침 저의 게롤트는 지갑에 돈이 아주 두둑했고, 그동안 열심히 파밍하고 만들고 사들인 덕분에 새로 룬스톤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좀 있었어요. 시리가 칼을 사용하는 장면은 안 나오기 때문에 이런 번거로운 짓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어쩐지 저의 마음은 그냥 해주고 싶었어요. 이제 정말 시리를 훨훨 날아가게, 시리가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하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어요.  제 기억에... 절단 룬스톤이랑 또 뭘 넣었던 것 같은데.. 아니다, 절단 룬스톤만 넣었나.. 기억이 가물하네요. 아무튼, 룬 장인에게 돈을 왕창 건네주고 지라엘에게 룬스톤을 심어줬습니다. 

 

 

 

 

그리고, 시리에게 돌아가는 길 중간에 미장원에 들려서 수염을 깎고, 머리칼을 깨끗하게 위쳐3 게롤트의 시그니처 스타일인 반묶음으로 묶었어요. 안그래도 되는데, 시리에게 선물을 줄 때 게롤트가 꼬질꼬질하고 수염이 텁수룩한 모습이면 안 좋을 것 같아서요.

 

 

지라엘을 받은 시리. 

 

몹시 뿌듯해지고, 진심으로 감격한 장면이었답니다.

이제 정말로 시리를 보내줘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괴물 사냥꾼의 삶이 절대 녹록지 않겠지만, 시리는 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시리의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