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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읽고 있어요/읽어봅니다

펑펑 우는 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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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위쳐3의 트리스

 

사경을 헤매는 게롤트를 붙잡고 펑펑 울며 정신 차리라고 계속 말 걸면서 들쳐업고 포탈을 통과해서 브로킬론 숲에 데려가 드라이어드의 힐러에게 맡기며 또 대성통곡하던 위쳐 소설 속 트리스 메리골드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팬들은, 게임에서 트리스의 염원이 이뤄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게임에서는 게롤트가 시리와 예니퍼에 대한 기억과 자신의 능력과 지식을 모두 망각한채 돌아오는 설정이어서, 게롤트 곁에서 이것저것 도와줄수 있는 마법사는 트리스 한 명뿐이었다. 두 사람은 1편에서는 썸을 타고, 2편에서는 게롤트가 트리스만 싸고돌아서 문자 그대로 동공이 휘둥그레지는 베드신이 두 번이나 등장하며, 3편에서는 선택지에 따라서 게롤트와 영원한 짝꿍 사이가 되었다. 이른바 트리스 루트냐 예니퍼 루트냐..인데, 트리스 루트를 선택하면 설렘 설렘 열매를 잔뜩 먹고 배시시 웃으며 로맨틱한 말을 입으로 뱉어내는 게롤트를 볼 수 있었다. 오죽하면 시리가 싱글거리는 게롤트에게 정색하며 '그녀가 그렇게 좋아요?'라고 물어보는. 내가 참.. 낯간지러워서 정말. 원작을 알고 그 장면을 다시 보니까 원작 파괴도 이런 파괴가 없다. 하하. 

 

위쳐 소설에서 마법사 트리스 메리골드와 게롤트의 관계는 게임과 아주 달랐던것으로 기억한다.  소설에서 트리스는 게롤트를 많이 좋아했다. 이런 트리스에게 게롤트는 정중하게 대하고 이것저것 도와줬다. 트리스에게 정중하게 시리의 첫 마법 선생님이 되어달라고 부탁했고, 트리스가 짝사랑의 기운이 따끔하게 올라올 때도 그냥 평소처럼 정중하게 대했으며, 트리스가 병이 나서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해 인간적 품위마저 사라지기 직전인 상태일 때 병간호해주고 몸을 씻겨주고 뒤처리를 다 도와줬다.

 

그렇다고 원작에서 트리스가 그저 짝사랑으로 가슴아파하는 마법사로만 나오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비중이 많지 않지만 등장했던 장면들이 꽤 인상적인 장면들이었다.

 

시리가 생리때마다 고생하는데 그런 거 전혀 모르는 늑대 교단 아저씨들이 혹독하게 훈련만 시키니까 트리스가 달려 내려가서 아저씨들을 매섭게 혼내는 장면이 있다. 북부 왕국과 닐프가드의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라며 외면하는 늑대 교단 아저씨들에게 자신이 소든힐에서 겼은 참상을 털어놓으며 '이 세상에 살고 있는 한 내 전쟁 너의 전쟁 구분은 없다, 우리 모두의 전쟁이다'라고 일갈하며 꾸짖는 장면도 있고. 이때 트리스의 말을 들으며 곰곰 생각에 잠겨있던 젊은 위쳐 코엔은 훗날 브레나 대전투에 참가해서 용맹하게 싸우다가 중상을 입고 야전병원 침대에서 세상을 떠났다. 게롤트가 참혹한 부상으로 죽어갈 때 게롤트를 데리고 현장을 빠져나와 포털을 가까스로 열어서 드라이어드들의 숲으로 피신시킨 것이 트리스였다. 게롤트와 옌의 마지막 순간 때 어마어마한 마법을 시전 해서 강렬한 마지막 모습을 남기기도 했다...

 

트리스가 게롤트 옆에서 펑펑 울었다는 드라이어드의 말을 듣고 밀바가 놀라는 장면이 있었다.

마법사가 다른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린다고? 하며 놀라는 장면이었는데..

마법사들 대부분은 남을 돕는다, 남을 위해 희생한다..는 개념이 겨자씨보다 작게 두뇌에 박혀있는 집단인걸 생각해보면,

트리스는 좀 별난 마법사인것 같다.

더불어 예니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