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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즐겁군요/뒤늦게 알게된 즐거움

위쳐 3 : 와일드 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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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쳐 3 와일드헌트는 제가 태어나서 처음 해본 규모가 큰 게임이었습니다.


아무생각없이..그저 추천받은거 덥썩 받아서 시작했어요.

 

 

찰박~ 

 

 


남들은 금방 넘어간다는 베스미어와의 튜토리얼에서 저의 게롤트는 거의 죽을뻔 했어요.

이미 그전에 시리를 따라서 성벽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떨어져서 죽기도 했고요.

거기서 대체 왜 죽는걸까요.......

그렇게 첫 튜토리얼을 끝내고 백색과수원에서 게임진행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튜토리얼을 체험할때

비로소 조금씩 재미를 경험하기 시작했어요.

대화와 문서를 확인해서 정보를 얻고 그렇게 모인 정보를 통해 마침내 드러난 사건의 전말에서 받는.....

충격, 허탈함, 우울함.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게임 과연 끝까지 할수 있을까' 계속 걱정했습니다.

그러던 제가 드디어 이 게임을 반드시 끝까지 하겠다는 마음을 먹게된 계기가 있었으니.....

 

 

(뉴플러스게임때 바이퍼셋트를 입힌 모습이에요)

 

 

백색과수원에서 떠나기전에 게롤트와 베스미어가 어쩔수없이 겪어야했던 칼부림 사건에서였어요.
사람들을 도와줬다가 오히려 욕과 저주를 거하게 쳐먹은 사건이었는데요...

그때 게롤트가 당혹스러워하며 슬퍼하는 표정에서 강렬하게 제 마음을 스치고 지나가는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게임 시작전에 읽은 인물 설명을 통해서 게롤트가 어떤 인물인지는 알고 있었어요.

100년 가까이 산전수전 겪으며 살아온 아주 프로페셔널한 위쳐라는것.

그렇게 살아오며 온갖 인간과 괴물, 엘프 다 만나며 살았을텐데...

그럼에도 경험많은 게롤트가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가슴아파하며 절망을 느끼는 것이 있구나, 게롤트는 선한 본성이 많이 남아있구나, 그 본성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을까 하는 생각을 천천히 했어요.

그렇게 생각을 하니, 게롤트가 썩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게롤트가 시리를 찾고 와일드헌트인지 뭔지 죄다 끝내고 여정을 무사히 다 마칠때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게롤트의 얼굴은 플레이하는 내내 쭉 가슴에 담아뒀어요.

게롤트의 얼굴을 가슴깊이 담고 시작한 첫모험은...꽤나 파란만장했습니다.

이런 게임은 처음 해보는 것이라서 매 퀘스트마다 제게는 큰 모험이었고 거대한 도전이었습니다.

느리게 전진하며 수없이 죽었다가 살아났어요. 매번 전투 할때마다 큰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이번에는 몇번을 반복하게 될까..하면서요.

그러나 이 게임은 제가 소소하게 받는 스트레스를 어느새 잊게 만드는 매력적인 부분이 많았습니다.

 

제가 가장 큰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음악을 들으며 그냥 걸어다니기만해도 몹시 괜찮았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대륙 전역을 내내 걸어다녔어요.
처음에는 풀과 재료파밍 때문에 걷는것을 선택했는데..만나는 모든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더라고요.

하늘, 바람, 발치에 부숴지는 나뭇가지와 마른잎사귀...

로취는 의뢰받은 괴물 처치하고 이동할때만 탑승하거나 탑승할수밖에 없는 상황일때만 사용했어요.

빠른이동 표지판은 필요할때만 가끔 사용했네욤.  

그저 음악과 바람소리와 빗소리를 찬찬히 들으며 터벅터벅 걸어다녔어요. 

맘에 드는 풍경이 나타나면 게롤트를 한참동안 세워두고 풍경을 바라보기도 했어요. 


케어모헨의 선율이 들려요...! 제목도 어쩜 Vagabond구요. 

 

어떤 음악이든지..음악속에서 저렇게 케어모헨의 테마선율이 나오면 바로 멈춰서 들었답니다.

늑대교단의 고향이자, 게롤트의 진정한 고향인 케어 모헨....

 음악이..너무 훌륭했어요.

 

 

 

 

터벅터벅... 

 

 

작성하면서 음악을 다시 듣고 있다보니, 문득, 걷다가 만난 작은 퀘스트들이 스쳐지나갑니다. 
까마귀 횃대에서 밤중에 경마에 참여한뒤 만난 작은 퀘스트가 생각나고요....

스켈리게에서 그냥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다가 만난 한 남자와 연결된 작은 퀘스트와 연결된 이야기가 생각나요..

귀한식재료라며 엘프머리를 선물로 준 트롤도 생각나고...

주인의 집을 해치려는 인간을 없애달라고 요청한 착한개도 생각나고...

얼마전에는 해외 위쳐팬이 찾은 첨보는 작은 퀘스트를 유튜브에서 보고 많이 놀랐어요.

메인급 서브 퀘스트에 붙은 초초초서브 퀘스트인데, 전체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퀘스트더군요.

타이밍이 맞아야 만날수 있는 퀘스트였습니다. 본퀘 이야기가 끝나면 이후에는 없어지는 퀘스트라고 해요.

 

 

스켈리게의 바다를 유유히 떠도는...나무덤불 
스켈리게의 섬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스켈리게 제도를 몽땅 털었던것도 기억나네요
그 스켈리게 제도의 물음표 없애기 말입니다.

이미 야숨에서 코록열매 900개를 모은 경험이 있어서...

스켈리게 제도의 물음표도 그때 기분으로 하면 될것 같다 생각했어요.

뭔 자신감이었는지..뭘 모르면 자신감만 커지기 마련이죠.

참...........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코록열매 모을때만큼 힘들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신경이 곤두서드라고요. 

배타고 가다가 자주 부숴먹었기 때문에 걍 옷 다 벗기고 수영시켰어요.

옷을 왜 다 벗겼냐면..제가 신경써서 입힌 예쁜 옷이 물에 푹 젖는게 싫었오요.

덕분에 수영해서 도착하자마자 속옷만 입은채 칼들고 싸우는 경우가 쫌 있었지요. 😂

게롤트가 수영할때 스태미너 표시창이 뜨지 않아서 참 좋았어요.

달릴때도 스태미너 표시창이 안뜨죠.

하루죙일 달리고 수영해도 지치지 않는 게롤트의 체력. 정말 위쳐의 체력은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위쳐3에게서 받은 두번째 큰 매력은....저의 과몰입을 더욱 과몰입으로 몰고가는 상황들이었어요. 그게 몹시 즐거웠습니다. 특정상황에서 대사를 쏟아내며 반응하는 npc들의 모습도 즐거웠구요. 피의 남작의 수하들이 나타나기 전에 딸들을 숨기거나 숲으로 도망치게했던 동네사람들의 모습이 막 생각나네요.
저는 게임 내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와 상호작용에서 특히 과몰입을 많이 경험했어요.

 

 

휩쓸기 존잼 

 

 

이런 상호작용은 당연히 과몰입.

 

옌과의 대화는 뭐 말할것도 없고요. 

저는 옌이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요룬드..

 

 

과몰입 행진에서 만난 기억에 남은 사람들이 몇명 있는데..

그 중에서 저는 요룬드가 가장 기억에 강하게 남았습니다.

이방인은 꺼지라며 게롤트에게 시비걸던 동네 젊은이들을 점잖게, 그렇지만 단호하게 타이르고 돌려보내는데서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이어서 나눈 대화에서 이 사람이 젊은시절에 뛰어난 전사였다는 것을 알게되었고..그의 젊은 시절을 잠시 상상했습니다. 스켈리게 출신 전사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에서 쪼금 벗어난 사람인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상대를 존중하며 함부로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된 도리를 지키는 훌륭한 전사였을것 같아요. 저는 요룬드와 게롤트가 대화를 나눌때 이 둘이 좋은 친구사이가 되길 바랐습니다. 함께 한잔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허물없이 나눌수 있는 친구사이. 혹은, 그냥 말없이 앉아서 불을쬐고 있기만해도 서로 잘 이해할수 있는 친구사이...말이죠. 아쉽게도...그런 저의 짧은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어요. 

 

 

 

 

아이의 소중한 선물 

 

 

 

이 사랑스러운 그림을 건네준 소녀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 소녀는 오어튼에 사는 친척아주머니의 집에서 쭉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요. 저는 게롤트의 보관주머니에 있는 이 그림을 볼때마다 그 여자아이를 생각했습니다. 위쳐3의 게롤트는 이 그림을 항상 품에 넣고 다녔을까..하는 귀여운 상상도 했구요. 두번째 DLC인 블러드앤드와인에서 게롤트의 집을 마련했을때 이 그림을 벽에 걸고 싶었어요. 근데, 제작진은 거기까지는 마련해두지 않았더라고요. 많이....아주 많이 아쉬웠습니다. 

 

전체적으로 뭐라고 해야할까..

저런 매력들이 이리저리 뭉쳐져서 제게 감정적인 타격을 많이 선사하는 게임이었다고 할까요.

게롤트와 함께 죄책감을 느끼고, 같이 짜릿해하고, 같이 분노하며...우당탕쿵탕 함께 달려가는것이 재밌었어요. 

 

 

소중한 선물

 

 그래서 게롤트의 여유로운 말년을 진심으로 기원했습니다.
비록 게임세계에서이지만 게롤트가 코르보비앙코에 집을 얻어서 따뜻한 식사를 하는 공간이 생기고, 정기적으로 고정된 수익이 들어오는 와이너리를 소유하게 되었을때, 정말 기뻤어요. 트리스를 선택했을때 후일담에서 게롤트가 여유롭게 잘지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때도요.

트리스 선택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트리스와 함께지낼 앞날을 이야기하며 얼굴이 온통 설렘설렘으로 상기되던 게롤트의 얼굴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시리가 '그렇게 좋아요?'라고 묻기도 했지요.
근데 저는 옌과의 이야기가 더 좋았어요. 둘이 더 잘맞는 사이라는것을 코르보비앙코에서 다시 만나서 얘기할때 잘 느낄수 있었어요. 옌과 대화할때는 대화선택지가 많이 나오고 길게 대화하는데...트리스와 만나면 몇줄 없더라구요. 그냥 제 망상을 돌려서 '아..트리스와 알아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했어요. 어 근데 그전에 2편이랑 소설에서 많이 알았......헤에..☺️

아무튼..
주절주절 되게 중구난방으로 떠들었는데...
쓰다보니 생각이 가지치며 튀어나와서 자꾸 뭔가 덧붙이고 싶어져요.
결론은....
저에게 위쳐3 와일드헌트는 매우 소중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인생 첫 본격 대규모 게임이었는데 위쳐3은 제게 큰 순기능을 했습니다.
세상에는 멋진게임이 참으로 많다는것을 알게해줘서 이것저것 해보고싶은 게임이 늘게 해줬고요
게임 덕분에 멋진 원작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서 소설을 읽기 시작했구요
넷플릭스에서 만든 드라마 위쳐 시즌1을 정말 재밌게 잘봤구요.
그리고그리고.....가장 중요한것...
제게 그저 잘생긴 서포크 공작, 꽃같은 슈퍼맨, 침흘리며 숙면한 미션임파서블6의 콧수염 빌런 정도로만 기억하던 헨리 카빌이라는 배우를 눈씻고 다시 보게 해줬구요(헨리~ 우리 헨리~) 😊

위쳐3을 만나서 함께했던 1년을 쭉 소중하게 기억할거에요.